'혼모노' 란 한자로 '本物' 이라고 쓰고, 일본어로 '진짜', '진물'을 뜻하지만,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분야에 과하게 몰입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은어로 쓰이기도 한다는 것을 책을 다 읽은 후에 알게 되었다. 성해나 작가는 이 중의적인 단어를 제목으로 내세워, 우리 사회의 변두리에서 '진짜'가 되기 위해 애쓰거나 '가짜'로 취급받으면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이들의 얼굴을 묘사한다.

성해나 작가는 2019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하며 "세련된 문장과 탄탄한 서사 구조를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그녀의 시선은 화려한 도심의 조명보다는, 그 조명이 비치지 않는 그늘진 골목에 머문다.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장편소설 두고온 여름』 이 있다.
이번 소설집 『혼모노』는 무속인, 시장 상인, 고독사 현장 청소업체 직원 등 우리 곁에 분명 존재하지만 '주류'라고 불리지 않는 이들의 삶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길티클럽 >
김곤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 정모에 참석한 주인공은 자신을 하수 취급하는 회원들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자그마한 갈등이 발생하고 원래 하기로 했던 김곤과의 영상통화는 진행하지 못하게 된다. 길우와 결혼 3주년 기념으로 떠난 치앙마이에서 호랑이를 쓰다듬으며 묘한 감정을 느낀다.
<스무드 >
미국 교민 2세의 한국에서의 아이러니한 경험. 아버지에게서 못 느꼈던 감정을 말이 통하지 않는 한국 노인들에게서 느끼게 되는 주인공. 아이러니하다.
저 지금 이승만 광장에 있어요. 아주 좋은 사람들과 함께요.
표제작 <혼모노>
박수무당 이야기. 혼모노와 니세모노의 차이. 신기가 다해 할멈이 빠져나간 박수무당이 건너편 집으로 이사 온 신애기와 승부를 벌인다. 신애기는 황보라는 정치인의 집에서 성대한 굿판을 벌인다.
어떤가. 이제 당신도 알겠는가.
하기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 큭큭. 큭큭큭큭.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여재화와 그의 제자 구보승의 이야기. 군부 독재시절 갈월동에 취조실을 설계하는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다. 지독히도 합리성을 중요시하는 구보승의 설계에 스승 여재화는 두려움을 느끼는데, 구보승은 스승에게 배운 인간을 위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나선형 계단에는 층의 구분이 없습니다. 내가 몇층에 있는지 알 수 없죠.
방향감감이 무뎌진데다가 계단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팔라 안정성마저 상실된다면,
그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극대화될 겁니다.
<우호적 감정 >
진과 수잔 그리고 이 글의 화자인 알렉스는 TF를 만들어 경기도의 외딴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나이 많은 진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하지만 세명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런데 회사에서 실수로 보낸 메일 때문에 서로의 상여가 공개되고 서먹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마침 잘 진행 중이던 소서리 프로젝트도 문제가 생기게 되는데.. 이때 진과 수잔의 갈등은 폭발하게 되고 수잔은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잉태기 >
개인적으로 많이 공감이 갔던 작품이다.
서진의 할아버지 지지와 서진의 엄마인 주인공은 앙숙이다. 너무 닮아서 너무 맞지 않는다. 둘이는 서진을 사이에 두고 사사건건 쟁탈전을 벌인다. 서진의 이름더 시부 때문에 복이 될 뻔했다. 서진 엄마의 결단으로 겨우 서진이 되었다. 서진이 이혼을 한 것도 주인공 때문이라 탓하며 시부는 비아냥대는 경우가 많았다. 둘의 사이는 서진이 아이를 낳으러 괌으로 가려고 할 때 절정에 치닫는다. 공항에서 서로 삿대질에 막말로 핏대를 올리며 싸우다 서진이 양수가 터지자 서로 데려가려 싸우게 되는데...
<메탈 >
조현, 우림, 시우는 바닷가 마을에서 메탈을 하고 싶어 아지트를 만든다. 사용하지 않는 컨테이너를 꾸미고 합주를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다. 조현이 서울에 있는 학교로 진학하고 시우가 아버지 가업을 이으면서 우림만 음악을 계속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 사이의 관계는 점점 틈이 생기고 메탈이라는 단어는 어느덧 금기어가 되어 버린다. 결국 조현과 우림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게 되고 심하게 다투고 연락을 끊는다. 조현의 결혼을 앞두고 우림은 아지트를 정리하며 4년만에 전화를 걸게 되는데...





성해나의 『혼모노』는 단순히 읽기 쉬운 소설은 아닌 것 같다. 마음 한구석을 누르는 뭔가가 느껴지기도 한다. 책을 덮고 나니,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너무나도 평범하게 느껴졌던 책 속의 주인공들이 눈 앞에 지나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