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딸 방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 『회색인간』을 보고, 제목부터 특이해서 꼭 읽기로 마음 먹었는데, 계속 실천을 하지 못하다가 드디어 얼마 전에야 읽게 되었다.
제목만 봤을 때는 뭔가 SF처럼 외계인하고 관계가 있을 듯 하기도 했고 추리소설 느낌도 있었는데, 막상 읽어 보니, 예상과 달리 굉장히 특이한 내용의 책이었다.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어두운 면을 탐구하며, 아주 깊은 인상을 남기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찝찝함 마저 느낄 정도로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작가 소개
김동식 작가는 1985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주민등록증이 나왔을 때, 바닥 타일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구로 독립해 나왔다. 2006년에 서울로 올라와 성수동의 주물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2016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공포 게시판에 창작 글을 올리기 시작해, 3년 동안 500여 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집필했다. 2017년 12월,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를 동시 출간하며 데뷔하였고, 『양심 고백』,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 『살인자의 정석』,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성공한 인생』까지 총 9권의 소설집을 펴냈다. 그 외 『텅빈 거품』, 『모두가 사라질 때』, 『일상 감시 구역』, 『몬스터: 한반의 목소리』 등 다수의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2018년 '오늘의 작가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제 13회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카카오페이지에서 <살인자의 정석 2>라는 제목으로 단편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줄거리 및 느낀점
이 책은 대도시에서 만 명의 사람들이 지저 세계 인간들에게 납치되며 시작된다. 이들은 지저 세계 인간들의 협박, 즉 '마음만 먹으면 지상의 인류를 간단히 멸망시킬 수도 있다.'는 강압에 못 이겨 땅을 파는 일을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헛된 기대를 버리고 굶주림에 시달렸다. 그러면서 곡괭이 자루를 훔쳐 먹기도 하고, 살인을 저지르기도 했다. 땅을 많이 판 사람은 우선적으로 빵을 먹는다는 희망 때문에 겨우 겨우 살아간다. 그들은 강제 노동을 하며 절망 속에서 살아가지만, 예술과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그려진다. 인간노래를 부르는 여인이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하다가 빵을 얻어 먹기도 했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빵을 얻어 먹으며 그 곳의 그림을 그리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다른 대표적인 단편 중 하나는 『무인도의 부자 노인』이다. 이 이야기는 배가 침몰하여 무인도에 표류한 사람들의 생존기를 다룬다.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 노인이 자신의 재산을 약속하며 통조림을 사겠다고 제안한다. 이 제안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은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협력하게 된다. 결국 구조되지만, 노인은 자신이 부자가 아니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용서하고, 무인도에서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소중히 여긴다.
『협곡에서의 식인』 이라는 작품은 등산을 하던 김남우가 나비를 쫓아 등산로를 벗어났다가 갑자기 바닥이 꺼지는 바람에 정신을 잃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신을 차리니 남자 하나와 여자 셋이 있었고 중년의 여자는 엄마인 듯 보였고, 나머지 두 여자는 중년의 여인의 딸인 듯 보였다. 구조를 기다리던 다섯명은 결국 식인의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고 제비뽑기를 하게 된다. 중년의 남자는 김남우가 걸리면 본인이 죽여주겠다고 했고, 여자 중 한명이 걸리면 엄마가 대신 희생할 것이기 때문에 3/5의 확률이라고 김남우를 설득했고 결국은 그 상황까지 오게되었다. 둘째 딸이 걸렸고 김남우가 죽이려는 순간 중년의 남자가 김남우를 죽이게 된다. 김남우를 제외한 이들은 가족이었고 이게 모두 계획된 일이었다. 결국, 김남우를 희생시킨 이 가족은 살아 남아 구조가 되었으나,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게 된다. 이게 무슨...
이 외에도 다양한 단편들이 인간의 어리석음, 슬픔, 기쁨 등을 다루며, 독자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김동식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빠른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