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V-리그 2025-2026 시즌 초반, IBK기업은행 알토스 배구단은 기복 심한 경기력으로 팬들을 불안하게 했습니다. 컵대회 우승으로 기대를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정규리그에서 7연패라는 깊은 수렁에 빠지며 최하위권까지 추락하는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김호철 전 감독의 사퇴와 함께 여오현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된 이후, 기업은행은 거짓말처럼 환골탈태하며 파죽의 4연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 극적인 반전과 상승세의 원동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앞으로의 행보를 예측해봅니다.

I. 🌪️ 위기 속의 결단, '여오현 대행 체제'가 가져온 변화
기업은행의 상승세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사령탑 교체입니다. 7연패의 부진 끝에 김호철 전 감독이 물러나고, 여오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으면서 팀에 강력한 '분위기 쇄신'의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1. "웃자, 소통하자" - 밝아진 팀 분위기와 응집력
여오현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후 가장 강조한 것은 선수들과의 눈높이 소통과 자율적인 분위기였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선수들이 밝아졌다", "코트에서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며 소통이 좋아진 것 같다"는 점을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경직되었던 팀 분위기가 풀리면서 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더 자신감 있고 과감한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곧 실책 감소와 집중력 향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7연패 기간 동안 주눅 들어 있던 주축 선수들, 특히 육서영 등이 다시금 공격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 킨켈라 포지션 변경의 '신의 한 수'
전술적인 변화도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여오현 대행은 외국인 선수 알리사 킨켈라의 포지션을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공격수)로 고정하며 재미를 봤습니다. 킨켈라는 대학 시절 아포짓을 맡았던 경험이 있어 리시브 부담을 덜자 공격력이 크게 살아났습니다. 리베로 임명옥이 리시브 라인을 안정적으로 커버해 줄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과감한 결정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에 집중되었던 공격 부담을 분산시키며 팀 공격의 밸런스가 한층 안정되었습니다.
II. 💪 데이터로 보는 '강점 극대화' 전술 분석
IBK기업은행의 상승세는 단순히 분위기 전환에만 그치지 않고, 선수들의 잠재력과 기존 전력을 극대화하는 실리적인 배구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1. 살아난 빅토리아와 국내 선수들의 시너지
시즌 초반 부상 악재 속에서도 홀로 공격을 이끌었던 빅토리아 댄착의 활약은 여전히 꾸준합니다. 그는 득점 부문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팀의 확실한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빅토리아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킨켈라의 공격력 회복과 함께 육서영, 황민경 등 국내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활력이 더해지면서 상대 블로커들을 분산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빅토리아에게 더 좋은 공격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2. 리그 최강의 중앙 높이 재확인: 블로킹 퀸 최정민
IBK기업은행은 미들블로커 최정민을 중심으로 탄탄한 중앙 높이를 자랑합니다. 최정민은 현재 리그 블로킹 부문에서 세트당 평균 0.776개로 2위를 달리며, 2년 만의 '블로킹 퀸' 타이틀 탈환을 노리고 있습니다. 최정민과 이주아로 이어지는 중앙 라인이 상대 공격수들에게 큰 압박을 주고 유효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팀의 수비와 속공 전술 모두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높이는 특히 상대 공격을 지치게 만드는 기업은행 수비 배구의 핵심입니다.
3. 세터 운영의 묘와 수비 안정성
여오현 대행은 세터 포지션에도 변화를 줬습니다. 주전 세터 김하경이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음에도 의지를 보이지만, 대행은 박은서 세터에게 힘을 실어주며 과감하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유도했습니다. 세터 운영의 다양성은 공격 옵션을 넓혔습니다. 또한, 리베로 임명옥의 가세로 더욱 견고해진 리시브 라인은 팀 수비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리시브와 디그 능력은 세터가 안정적으로 공격을 분배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이는 곧 끈끈한 조직력의 배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III. 🎯 상승세의 지속 가능성과 전망
현재 4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로 IBK기업은행은 중위권 싸움에 불을 지피며 5위 페퍼저축은행, 3위 GS칼텍스와의 승점 차이를 좁혔습니다. 시즌 초 컵대회 우승팀이자 우승 후보로 꼽혔던 전력을 이제야 발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긍정적 요소:
• 분위기와 소통: 감독대행 체제의 긍정적 효과가 가장 크므로, 선수단 스스로 만들어낸 밝은 분위기는 단기적인 흐름이 아닌 장기적인 팀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전술적 안정: 킨켈라의 포지션 고정, 박은서 세터의 자신감 있는 플레이 등 전술적인 안정화가 이루어졌습니다.
• 높이와 수비력: 리그 최정상급 중앙 높이와 임명옥 리베로의 안정적인 수비력은 어떤 팀을 만나도 버틸 수 있는 강력한 기반입니다.
보완할 요소:
• 일관성 유지: 좋은 분위기 속에서도 리시브 라인이 순간적으로 흔들리거나,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는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 서브의 공격성: 상대 리시브를 흔들 수 있는 강력한 서브의 공격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 중위권 탈출의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IBK기업은행은 감독대행 체제 전환이라는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침체되었던 팀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과 전술적 최적화가 시너지를 내면서 '다크호스'를 넘어 중위권 싸움의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이 기세가 시즌 끝까지 이어진다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